‘창조’를 이끄는 ‘제약’

글줄이나 쓴다는 사람들은 대개 경험했듯이, 원고마감 시간에 임박해서야 끝을 맺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시간적 제약에서 오는 집중력의 발휘, 연장할 수 없는 마감시간을 전제로 ‘납품’해야 하는 원고의 ‘품질’을 잠재의식 속에서 타협하기 때문이리라.
김용옥 선생의 “천하에 쫓기지 않고 나오는 명문(名文)이라고는 없다”는 의미도 비슷한 뜻이라 짐작된다.

그런데 이러한 사례들을 좀더 일반화시켜 하나의 공식으로 도출해보면 ‘제약=창조’의 바탕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바꿔 말하면 절박한 조건이 창조성을 더 자극한다. 이를 창조적 제약이라 부르는 이도 있다.
살펴 보자.

“… 창조의 작업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는 제약 조건을 만들어 심어 둘 필요가 있다. 시에서 이러한 제약 조건은 음률, 각운, 율동의 형태로 시 속에 자리를 잡는다…” < 움베르토 에코, 'Post cript to the name of the rose'(장미의 이름 창작 노트), 이윤기 옮김, 열린책들, 2002년, pp.44.>

“… 티벳어에 창조성 혹은 창조적에 해당하는 말이 없음을 강조했다. 가장 가까운 뜻으로 사용되는 말은 자연적(natural)이라는 단어라 했다. 다시 말해 누군가가 더 창조적이고자 한다면 더 자연적인 상태가 되면 되는 것이다…
… 우리가 여행에서 많은 걸 배우는 건 길을 떠나면 똑똑해지기 때문이 아니라 더 깊이 주의를 기울이기 때문이다. 여행에서 우리는 셜록 홈즈가 된다. 주변 환경을 집중적으로 관찰하게 되는 것이다…
… 창조적 제약이라는 말이 모순어법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창조적 행동에 시동을 거는 한 가지 방법은 구속하는 것이다. 선택할 수만 있다면 사람들은 더 많은 예산, 더 많은 스태프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하는 쪽을 선호하게 돼 있다. 그러나 오히려 제약이 창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행동을 부추길 수 있다. 당신이 그걸 수용할 만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면 말이다.  절박한 조건에선 확실히 창조성이 더 자극된다. “< 톰 켈리, 데이비드 켈리 지음, '유쾌한 크리에이티브 (Creative Confidence)', 박종성 옮김, 청림출판, 2014년>
(2014 ‘네임&밸류’ 게재분 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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