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내려온 작명의 원리

이름을 짓는 것이 학문의 영역에 속할까 싶기도 하겠지만, 우리 전통 성명학(姓名學)의 기반에 음양(陰陽), 오행(五行), 주역(周易), 용신(用神), 측자파자(測字破字), 성격(性格), 육효(六爻), 수리(數理) 등이 있으니, 굳이 아니라고 주장할 필요는 없겠다.

한자(漢字)를 사용하는 동양에서 소위 ‘姓名學’의 체계가 갖추어진 것은 중국의 宋과 明 시대 쯤으로 볼 수 있다.

남송 시대의 학자들 사이에서 은거하던 지역 이름을 따서 구봉선생(九峰先生)이라 불렸다 하는 蔡沈이 ‘洪範皇極’이란 저술을 통해 획수에 따른 길흉(吉凶)을 설명한 ‘八十一數元圖’를 소개하며, 수리(數理) 성명학의 문을 열었다. 명나라 시대에 들어서 萬肉吾 선생은 ‘三命通會’를 통해 발음의 작용에 따른 ‘五音看命法’을 소개, 발음 성명학의 문을 열었다.

기초가 되는 음양성명학은 성명(姓名)의 획수가 짝수(2,4,6,8,10)를 음(陰)으로, 홀수(1,3,5,7,9)를 양(陽)으로 하여 음양(陰陽)이 편향되지 않도록 하는 쉬운 방법이다.

넓은 의미의 오행성명학은 자원오행(字源五行), 음령오행(音靈五行), 수리오행(數理五行), 삼원오행(三元五行) 등으로 구분될 수 있으며, 각각 상생(相生), 상극(相剋), 비화(比和)의 관계를 풀이한다.

용신성명학은 사주(四柱) 여덟글자에 필요한 오행(五行)이릴 수 있는 용신(用神)을 뽑아 자원오행(字原五行)이나 음령오행(音靈五行) 등으로 보완 작명하는 방법이다.

주역성명학은 획수를 팔괘(八卦))로 바꾸고 이것을 64괘로 풀이한다. 이 경우 상괘는 성명 삼자의 획수를 모두 더한 수를 8로 나눈 뒤 나머지 숫자에 해당하는 괘다. 하괘는 성을 제외한 이름자의 획수를 합한 자를 8로 나눈 나머지 숫자의 괘로 삼는다.

측자파자성명학은 성명을 구성하는 글자를 하나하나 측자(測字) 또는 파자(破字)하여 풀이하는 방법이다.

성격성명학은 좀 어렵다. 명리학에서의 육신(六神; 比肩, 比劫, 食神, 傷官, 偏財, 正財, 偏官, 偏印, 正印)의 10가지를 음양으로 나누어 20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육효성명학은 순간적인 점괘를 보는 육효(六爻; 靑龍, 朱雀, 勾陳, 騰蛇, 白虎, 玄武)등 육수로 작명한다.

‘ 81수원도(八十一數元圖)를 바탕으로 한 수리성명학은 문외한들도 보통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성명 삼자에서 각 두 자씩의 획수를 조합하여 주운(원격), 부운(형격), 외운(이격), 총운(정격)을 보게 된다. 즉, 元, 亨, 利, 貞의 사격(四格)이 해당 시기에만 영향력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관성을 갖고 영향력을 미친다고 본다.

수리 풀이와 관련하여 21, 23, 32, 33, 39 획수의 경우 남자에게는 길하나 여자에게는 흉하다는 일부 주장이 있는데, 근거가 없을 뿐더러 너무 좋은 수라 여자에게 주지 않으려는 남존여비적 풀이에서 나온 것이라 짐작된다.

성명학? – 이름을 짓는다는 것

헝겊을 반으로 쭉 찢어 ‘걸레’라 이름을 붙이면 그 헝겊 반쪼가리는 방바닥에서 더러운 것을 닦아내는 운명이 된다. 나머지 반쪼가리에 ‘행주’라는 이름을 붙이면 항상 깨끗하게 세탁되어 식탁 위에서 놀게 된다. 이름지어진 것에 대한 ‘운명’이란 이런 것이다.

그런 한편으로, 웬만한 가문에는 소위 ‘항렬’이 이름 끝자 또는 가운데자로 정해져 있어, 성명 삼자라 할 때, 결국 한 글자만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그것도 발음뿐 아니라 한자(漢字)까지 정해져 있다. 그 하나를 어떻게 선택할까? 그 한 글자가 운명을 결정한단 말인가?

‘이름’과 관련하여 유명한 시 한편이 있다. 웬만하면 한번쯤 읽어봤을 김춘수 시인의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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