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리오데자네이로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로

절벽 위에 우뚝 선 예수 석상 ‘코르코바도’의 위용 장관

리오데자네이로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가운데 하나이다. 물론 이러한 느낌이야 주관적인 것이지만, 리오와 함께 세계 3대 미항으로 손꼽히는 시드니, 싱가포르나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와 비교해서도 가장 아름답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특히 푸른 빛과 녹색의 중간쯤 되는 환상적인 옥색 바닷물이 담긴 인상적인 해안과 10여 개의 백사장에 둘러싸인 도시의 형태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높은 곳이 도시 곳곳에 솟아 있어, 관광객으로서는 부분과 전체를 다 본 듯한 포만감을 가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처럼 매혹적인 도시에 처음 와 본 영국의 한 작가는 ‘무슨 일이든지 일어날 것 같은 일종의 행복한 꿈속에 빠지게 될 수 밖에 없을 정도’라고 기록해 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극찬의 표현에 사로잡혀서 이 도시에는 온갖 호화찬란하고 달콤한 것들만 있는가보다 하는 환상에 빠져서는 곤란하다.

산으로 둘러싸인 대도시이기 때문에 빚어지는 교통혼잡과 달동네 사람들의 어려운 생활 모습을 짧은 여행길에선 실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도시 인구의 20퍼센트 이상이 거주하는 판자촌에는 대부분 상수도 시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며 하루에도 수백 건씩의 강도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은, 도대체 이 우아한 도시에서 받은 피상적인 인상과는 걸맞지 않는 것이다.

리오데자네이로에는 언덕과 산의 중간 쯤 되는 높은 지대가 여러 군데 있다.

시간과 경비에 여유가 많으면 자동차를 대절하여 여기저기 구경해 보는 것도 좋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에도 꼭 올라가봐야 할 곳은 두 군데.

대서양 바닷물 위로 달걀처럼 솟아 있는 바위산 ‘팡 데 아수카르’와 거대한 예수 석상이 있는 ‘코르코바도’ 등이다.

팡 데 아수카르는 해발 4백미터가 채 안 되는 묘하게 생긴 화강암 산인데, 케이블카를 타도 꼭대기에 오르면 가까운 곳에 있는 우르카, 베르밀라, 레메, 코파카바나 비치 등의 아름다운 해안이 한눈에 들어와 리오를 찬미한 수많은 방문객들의 얘기를 실감할 수 있는 곳이다.
여기에서는 또한 세계에서 제일 길다는 다리 ‘리오-니테로이’ 다리도 한눈에 들어온다. 차도와 철도의 병용교로는 일본 오카야마와 기코루를 연결하는 세토 대교가 가장 긴 9.4km이지만, 보통 교량으로는 이 리오의 다리가 12km를 넘는 가장 긴 다리인 것이다.

팡 데 아수카르는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우르카 행 511번 오니부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리면 케이블카 승강장을 쉽게 찾을 수 있어 편리하다.

오니부스는 한국의 시내버스와 같은 대중교통 수단으로 요금도 비슷한 수준인데, 뒷문으로 타고 앞문으로 내리는 것이 우리와 다르다. 뒷문쪽에 앉아있는 남자 차장에게 요금을 지불하고 쇠로 만들어진 막대를 밀치고 앞쪽으로 가서 앉으면 되는데, 이 어수선한 틈을 노리는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한다.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무언가를 버스 바닥에 떨어뜨리고는 그것을 찾는 체 하며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수법이었다. 어깨에 둘러 멘 가방을 얼른 앞으로 돌려 안으며 함께 발 밑을 찾아보려니 어느 틈엔지 지퍼가 열려진 상태였다. 객지에 와서 말도 안 통하는 불한당과 싸울 수도 없고 속으로만 한마디 했다. “야, 임마! 나 한국에서 왔다. 이 정도야 소싯적에 다 겪어 봤다.”

코르코바도에 가기 위해서는 등산 전차 승강장이 있는 코스메벨류에 가면 되는데, 버스 종점이 아니기 때문에 내리는 곳을 찾기가 번거롭기는 하지만 워낙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므로 “코르코바도…”만 중얼대며 옆사람에게 물어보면 내리는 곳을 가르쳐 준다.

산정을 향해 제법 가파르게 올라가는 등산 전차에서는 양편이 산에 가로막혀 별로 구경거리는 없으나, 중간쯤에 막힌 부분이 뻥 뚫리며 리오의 어느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지점이 있어 짧은 순간 탄성이 터져 나온다.

1931년에 세워진 코르코바도의 그리스도상은 높이 30m에 양팔을 벌린 길이가 28m나 되는 거대한 석상이다. 해발 710m의 절벽 꼭대기에서 리오 시가 전체를 굽어보고 있으니 이 석상만으로도 관광객이 오지 않을 수 없는 곳이다. 석상이 워낙 큰 데다 절벽위가 그리 넓지 않아 그리스도상 전체를 배경으로 한 증명사진 찍기가 불편하다. 그나마 석상이 동남쪽을 향하고 있어 오후에 오르면 카메라 렌즈가 태양의 방향을 향하게 돼 앵글을 잡기가 곤란하다. 그렇지만 높은 곳이기 때문에 시내 어디서나 웬만하면 멀리서나마 이 리오의 상징을 배경으로 한 촬영은 가능하므로 크게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리오는 신비함과 우아함이 곁들어진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대서양으로 연결되는 해변의 백사장에서는 원시의 열기같은 것이 꿈틀대고 체면이나 신분 따위의 반자연적인 것들을 벗어던진, 생명 그 자체의 숨결로 가득하다.

원시의 열기와 생명이 가득 찬 환상의 모자이크 해변

모자이크 해변으로 유명한 코파카바나.

책에서 본 그 모자이크 해변이 무엇인가 했더니, 백사장과 차도 사이에 난 보도블럭이 물결치는 무늬를 갖고 있다는 것 밖에 별다른 것이 없어서 실망이었다. 이 다음에 내가 원고를 쓸 때는 과장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도 해 보았던 그 모자이크 산책로 위에서 수많은 인간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세계 각국의 부호가 있는가 하면 미처 수영복도 못 꾸려 가지고 온 여행객도 반바지 차림으로 섞여 있다. 비킨 차림의 달동네 소녀가 있는가 하면 그보다 더 아슬아슬한 실끈만으로 급소만 가린 듯한 탕가스 차림의 부잣집 막내딸도 함께 섞여 강렬한 태양 아래 드러누워 있는 것이다.

브래지어 자국을 남기고 피부를 태우는 게 싫은 관능미 넘치는 대담한 젊은 여인네들은 아예 그것도 벗어버린 노브라. 동양에서 양반 교육을 받은 필자는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외면만 하기에는 너무나 아쉬워 힐끔거리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곳이기도 하다.

이 해변들은 또한 어떤 사람들에게는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이기도 하고, 일 없는 사람들에게는 모래밭에 떨어진 동전 몇 닢을 줍는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인 브라질에서는 겉모습만으로 ‘전형적인 브라질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일관성이 없다. 15세기 이후 포르투갈의 식민지를 거치면서 세계의 구석구석에서 자리를 옮긴 여러 종족들이 혼합돼 있기 때문이다.

본래 자리를 잡고 있던 인종은 물론 인디오들이다. 그 다음으로 이 땅에 발을 붙인 유럽인과 그들에게 노예로 끌려온 아프리카 흑인, 아시아의 이주민들이 각각의 본류들이다.

이 네 집단이 혼교를 통하여 범벅이 되면서 피부색은 새까만색, 까만색, 밤색, 거무스름한 색, 황색, 노리끼리한 색, 흰색 등으로 다양해져 도대체 여행객 입장으로는 뭐와 뭐가 합쳐진 것인지 종잡을 수 없게 돼버린 것이다.

대략 백인 집단이 전 인구의 60퍼센트가 좀 넘고 혼혈된 갈색이 약 30퍼센트, 흑인 집단이 10여퍼센트, 아시아계가 1퍼센트 쯤인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브라질 사람들은 이렇게 다양하게 섞여서 이루어진 사회라는 사실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긴다. 인종에 대한 편견도 전혀 없을 정도이다. 그렇지만 피부색이 흴수록 사회적 지위가 높은 경향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것 같다.

리오의 해변은 코파카바나 뿐만이 아니다. 관광객들 보다는 이 도시의 주인인 리오 사람들이 주로 찾는 플라멩고, 만 깊숙이 파도도 조용한 곳에 있어 요트 타기에 알맞은 보고타고 등 10여 개의 해안이 제각기의 특색을 간직하고 관광객을 유혹한다. 가장 부티가 나는 해변은 이파네마와 여기에 이어져있는 레브론 일대. 고급스럽고 비싸보이는 아파트와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 등이 주머니가 얄팍한 사람에게는 부담스러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리오의 해변은 총 80km에 달한다고 하는데, 우리의 겨울에 해당하는 브라질의 여름에는 태양빛이 너무 강렬하므로 조심하라는 안내문을 입국시 나누어 줄 정도이다.

수십만의 관광객이 찾는 광란의 춤과 음악의 리오 카니발

리오데자네이로 하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것이 카니발이다.

브라질 전역에서 사순절 직전의 마지막 향연으로 거행되는 카니발은 춤과 음악의 휘황한 퍼레이드이다. 매년 2월쯤이면 전 세계인들은 리오데자네이로의 광란에 가까운 카니발에 참여하고 싶은 충동에 빠지게 된다.

본래 카톨릭 국가들이 많은 유럽 여러 나라에서 행해졌고 우리 나라에서는 사육제라고 번역되는 이 행사는 19세기 중반 포르투갈을 통해 브라질로 상륙해 오늘날과 같은 대단한 축제로 발전했다.

리오 축제는 삿포로의 유키 마쓰리(눈 축제)와 뮌휀의 파싱과 함께 세계 3대 축제의 하나로 알려져 있지만 그 규모나 열정, 화려함과 광기는 다른 어느 축제에도 비교가 안 될 정도의 분위기다.

토요일에 시작되어 꼬박 4일간의 밤낮동안 펼쳐지는 춤과 음악의 광란은 전시가지를 뒤덮어 버린다.

나이트클럽에서는 화려한 의상을 차려입은 축하객들이 카니발 음악에 맞춰 밤새도록 몸을 비틀고 1년 동안 쌓였던 온갖 스트레스의 찌꺼기마저 뿜어내는 듯한 열기가 거리를 메운다.

리오 카니발의 중요한 요소는 그 유명한 삼바.

삼바 학교라고 불리는 카니발 단체들이 거액의 상금이 걸려있는 ‘거리의 챔피언’이 되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의 행혈차를 제작하여 가장 멋진 무도행렬을 기획해 내기 위해 1년 내내 경쟁하는 것이다.

이 클라이막스 퍼레이드는 거의 9시간이나 계속된다.

눈 부신 의상, 화려한 꽃차의 행진, 새로 발표되는 삼바의 리듬 등 20만명 정도의 엄청난 인원이 참가하는 거대한 퍼레이드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호화로운 팀에게 영광이 돌아가는 것이다.

각 단체에서는 대원의 의상비 등 자금 조달을 위해 평소에는 쇼를 공연하기도 하고 레코드나 잡지를 발행하는 등, 수익사업을 벌이거나 스폰서를 구하는 등 연습과 함께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며 카니발 기간에 대비한다.

브라질을 방문하는 2백만 가까운 관광객 중에서 3분의1이 리오의 카니발을 보러 온다니 그 열기를 알 만 하다.

카니발을 기다리며 1년을 사는 것 같다는 얘기까지 있다.

그러나 관광객들로서는 그 시기에 맞추어 리오를 방문할 수 만은 없다. 웬만한 준비성이 아니고서는 호텔이나 관람석 예약도 힘들다.

결국 아무 때나 편한 시기에 여행을 와서 리오의 나이트 투어를 통해 쇼를 관람하면서 삼바의 리듬과 춤, 그리고 무희들의 의상을 눈여겨 봐들 수 밖에 없다.

야간의 시티 투어 코스에 가장 많이 소개되는 쇼무대는 스칼라, 오바-오바, 플라타포르마 I 둥의 세 곳이다.

필자가 가본 곳은 플라타포르마 I인데, 실내의 분위기는 대략 워커힐 가야금홀 비슷한 인상이다. 많은 곳을 노출시킨 옷차림을 한 무희들의 현란한 춤과 신나는 음악이 거기에는 있다. 워낙 여러 곳에서 모인 관광객들을 상대하다 보니 상업적인 솜씨도 꽤 부리는데, 단체 관광객들이 모인 국가의 민요를 연주해 주기도 하고 엉덩이와 등에 각 나라의 국기를 꽂고 무대에 나오기도 하는 식이다.

이방의 낯선 관광객을 유혹하는 환락의 리오 시내 밤거리

아는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여행객들은 리듬에 맞춰 박수를 치기도 하고 자기네 민요가 나오면 무대로 뛰어올라 함께 불러도 무난한 분위기이다. 나이트클럽으로 장소르 옮기면, 우리나라에도 ‘금지된 춤’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영화로 슬슬 알려지기 시작한 람바다 춤도 운 좋게 구경해 볼 수 있는데, 필자는 허리 아래쪽을 비벼대는 이상한 춤이라고 밖에 달리 묘사할 수 없어 아쉽다.

그래도 무언가 아쉬움이 남을 때 찾아가게 되는 곳이 ‘보아치’.

일종의 성인 클럽 비슷한 곳인데, 간단한 라이브 쇼룰 보여주는 곳도 있고 스탠드 바 비슷한 곳도 있는데 대개의 공통점은 유혹하는 여자들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네 룸살롱과 같은 스타일이 아니라 마치 콜걸들의 집합소처럼 천박스럽기도 하고 노골적이기도 해서 어딘지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한국 남자들 생리에는 맞지 않는 분위기이다.

해변의 밤거리도 이방인은 조심해야 한다. 으슥한 곳에서는 맨살에 가벼운 외투만 걸친 게이나 강도를 만날 수도 있다고 한다.

못된 서양사람들이 만들어낸 영국 속담중에 ‘여행길에 아내를 동반하는 것은 파티장에 도시락을 지참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여행은 쾌락만을 위한 것이어서는 안되며 새롭고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며 여기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짧은 여행이더라도 이왕에 방문한 브라질에서 하루쯤은 지식 충전을 원하는 사람들은 미술관이나 박물관 같은 곳을 찾아봐야 한다.

필자가 가본 곳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국립 자연과학 박물관.

15세기 이후 브라질의 발자취와 아마존 밀림에서 사는 진기한 나비와 뱀 등의 동물도 있고 공룡의 뼈도 볼 수 있다. 지구상에 떨어진 별똥 중에서 가장 큰 것 등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적지 않다.

브라질의 다양한 식물이 모여진 식물원도 가볼 만한 곳인데 나무 줄기조차 물에 뜨지 않을 만큼 단단하다는 파우페로와 각종 야자수등 5천여 종의 식물이 들어서 있는데 서너 시간쯤 삼림욕을 하면서 쉬기에 좋다.

도심인 센트로 부근의 카리오카 광장 주변은 시장으로 연결되는데 별로 살 만한 물건은 없지만 생활의 현장을 맛보기에는 좋은 곳이다.

이 부근에서 특히 권하고 싶은 가게가 있는데, 인디오들이 손으로 만든 공예품들을 모아 놓은 곳이다. 값도 저렴하고 조금은 작품성도 있어 보이는 물건도 더러 있다.

[김백순 | <세계여성 ‘브라질 현지 취재’ 1991. 8월호 및 중앙일보 ‘세계를 간다’ 1990. 7. 25. |필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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