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탁번 시인의 ‘해피 버스데이’

시 한 편이 개그처럼 인용되고 있다. 오탁번(1943~ ) 시인의 ‘해피 버스데이'(시집 ‘우리 동네’)라는 시다.

2014년 1월 9일자 오마이뉴스는 “‘확 깨는’ 오탁번 시, 이렇게 만들어졌다”라는 기사에서 이렇게 평하고 있다.

“….. 오탁번의 시에는 특유의 천진함과 자유, 유머가 넘쳐난다. 그래서 전국의 시낭송회에 자주 초대된다. ‘눈이 좆나게 내려부렸당께(폭설)’ 등 눈치 보지 않는 표현들이 독자를 사로잡는다. 박현수 경북대 국문과 교수는 “오탁번의 익살은 삶의 틈새를 진솔하고 자유롭게 오가는 시원시원한 행보에서 시작한다”고 평했다…..”

오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원래 장난기가 많은 사람이지. 어렵게 자랐지만 유년시절부터 장난기가 많았어. 시란 것이 이념이나 사상을 담기엔 한계가 있지. 서동요나 헌화가를 봐. 다 ‘놀이’면서 시잖아.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주 슬프게 탄식하는 소리는 웃음소리와 닮아 있어. ‘허허!’를 생각해봐.”

오 시인은 196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아침의 예언》 《벙어리 강》 등의 시집을 낸 바 있다.

 

해피 버스데이

오 탁 번

 

시골 버스 정류장에서

할머니와 서양 아저씨가

읍내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제멋대로인 버스가

한참 후에 왔다

─왔데이!

할머니가 말했다

할머니 말을 영어인 줄 알고

눈이 파란 아저씨가

오늘은 월요일이라고 대꾸했다

─먼데이!

버스를 보고 뭐냐고 묻는 줄 알고

할머니가 친절하게 말했다

─버스데이!

오늘이 할머니 생일이라고 생각한

서양 아저씨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해피 버스데이 투 유!

할머니와 아저씨를 태운

행복한 버스가

힘차게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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