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문학촌 실레마을

소설가 김유정(金裕貞, 1908∼1937)은 지금의 김유정역이 있는 실레마을에서 몇 대에 걸쳐 터를 잡고 살아온 부유한 지주 집안 출신이다. 태어난 곳은 서울이었다는데, 휘문고보와 연희전문 등에서 현대식 교육을 받았다.
김유정의 수필 <오월의 산골작이>에 등장하는 실레마을은 이렇다.
“나의 고향은 저 강원도 산골이다. 춘천읍에서 한 20리 가량 산을 끼고 꼬불꼬불 돌아 들어가면 내닷는 조고마한 마을이다. 앞뒤 좌우에 굵찍굵찍한 산들이 빽 둘러섰고 그 속에 묻친 안윽한 마을이다. 그 산에 묻친 모양이 마치 옴푹한 떡시루 같아 하야 동명을 실레라 부른다….(중략)….. 주위가 이렇게 시적이니만치 그들의 생활도 어데인가 시적이다. 어수룩하고 꾸물꾸물 일만하는 그들을 대하면 마치 딴 세상 사람을 보는 듯하다.”

20대 시절 우연히 4년 연상의 기생 명창 박녹주를 보고 첫눈에 반해 스토킹 수준으로 쫓아다녔다고 전해진다. 그녀의 동생을 통해 선물은 물론, 직접 쓴 혈서, 자신의 음성을 녹음한 레코드 등을 보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2년 가까운 구애 행각에도 병적인 짝사랑은 끝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그 후 시인 박용철의 여동생 박봉자의 글을 보고 얼굴도 모르는 채 수십 통의 연애 편지를 보내는 등 괴팍한 일화들이 전해진다.

치질 늑막염 등의 병고까지 겹쳐 이미 유산으로 받은 가산을 탕진한 형이 먼저 내려가 있던 고향으로 낙향했다. 1930~1932년 기간 중 1년반 이상 실레마을에 머무는 동안, 마을 청년들과 농우회 같은 단체를 만들고 야학을 설립하기도 했으나, 일제에 의해 야학은 해체되었다.

김유정은 그 후 절친 소설가 안회남의 권유와 격려를 받으며 서서히 문학의 길로 들어섰다. 1932년 첫 작품 <심청>을 탈고하였다. 이어서 소설 <산골 나그네> 등을 문예지에 발표하였다.  본격적인 데뷔작품은 1934년 말 조선일보에 응모해 1등 당선된 <소낙비>. 그 후 2년 동안 김유정은 목숨을 건 집필활동을 통해 시험에도 자주 나오던 대표작 〈봄봄〉과 〈동백꽃〉 등, 30여 편을 내놓았다. 그의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실존인물이 많았다 하며, 그 배경도 상당부분 지금 문학촌으로 조성된 실레마을이다.

친하게 지냈던 소설가 겸 시인 이상은 소설 〈김유정〉을 쓰기도 했을 만큼 김유정을 가까이했다. 일설에 의하면, 두 사람은 폐병과 가난으로 동반자살하기로 약속했으나 김유정의 반대로 무산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김유정〉 작품이 발표되고 1달 후 서른살의 나이에 사망했고, 보름쯤 후에  이상도 세상을 떠났다.
죽기 열흘 전 쯤인 1937년 3월 18일에 김유정이 친구 안회남에게 보낸 처절한 편지 내용을 아래에 인용한다.

“필승아. 나는 날로 몸이 꺼진다. 이제는 자리에서 일어나기조차 자유롭지 못하다. 밤에는 불면증으로 하여 괴로운 시간을 원망하고 누워있다. 그리고 맹열이다. 아무리 생각하여도 딱한 일이다. 이러다가는 안되겠다. 달리 도리를 차리지 않으면 이 몸을 다시는 일으키기 어렵겠다.
필승아. 나는 참말로 일어나고 싶다. 지금 나는 병마와 최후의 담판이다. 흥패가 이 고비에 달려 있음을 내가 잘 안다. 나에게는 돈이 시급히 필요하다. 그 돈이 없는 것이다.
필승아. 내가 돈 백원을 만들어 볼 작정이다. 동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네가 좀 조력하여 주기 바란다. 또 다시 탐정 소설을 번역해 보고 싶다. 그 외에는 다른 길이 없는 것이다. 허니, 네가 보던 중 아주 대중화 되고 흥미있는 걸로 두어 권 보내 주기 바란다. 그러면 내 50일 이내로 역(譯)하여 너의 손으로 가게 하여 주마. 하거든 네가 극력 주선하여 돈으로 바꿔서 보내다오.
필승아. 물론 이것이 무리임을 잘 안다. 무리를 하면 병을 더친다. 그러나 그 병을 위하여 무리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나의 몸이다. 돈이 생기면 우선 닭 30마리를 고아먹겠다. 그리고 땅꾼을 들여 살모사, 구렁이를 10여 마리 먹어 보겠다. 그래야 내가 다시 살아날 것이다. 그리고 궁둥이가 쏙쏘구리 돈을 잡아먹는다. 돈, 돈, 슬픈 일이다.
필승아. 나는 지금 막다른 골목에 맞닥뜨렸다. 나로 하여금 너의 팔에 의지하여 광명을 찾게 하여 다오. 나는 요즘 가끔 울고 누워있다. 모두가 답답한 사정이다. 반가운 소식 전해다오. 기다리마.”

[대표 단편작품 읽어보기]

<봄봄>
https://ko.wikisource.org/wiki/%EB%B4%84%EB%B4%84

<동백꽃>
https://ko.wikisource.org/wiki/%EB%8F%99%EB%B0%B1%EA%BD%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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