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홋카이도(北海島)

비행기로 1~2시간 거리, 사람들 생김새까지 똑같은 가까운 나라가 日本이다. 그렇지만, ‘먼 이웃’, 우리의 日本에 대한 생각은 그렇게 복합적이다. 큰 섬 4개를 중심으로 4천여개의 작은 섬들로 구성된 이 나라의 북쪽 끝에 있는 섬이 홋카이도(北海島)이다.

日本속의 江原道

일본 땅 중에서 아직 개발이 덜 되어있는데다 기후와 풍토가 독특한 편이어서 일본안에도 조금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겨준다.

수많은 스키 휴양지를 만들어낸 풍부한 눈과 산, 광대하게 펼쳐진 원시림 등으로 굳이 비유하자면 ‘일본 속의 강원도’라 할 만한 곳이다.

현재의 日本人들에게 밀려 혼슈에서 홋카이도까지 밀려온 아이누族의 생활 터전이었던 이 곳이 본격적으로 개척된 것은 불과 1백년 남짓.

明治시대가 개막되면서 러시아의 남진정책에 맞설 겸 새로운 농지를 확보하기 위해 植民을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이로 인해 큰 섬의 야생상태가 조금은 훼손되었지만 전나무와 가문비나무의 원시림이라든가, 오염되지 않은 호수 등 국립공원이 4군데나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홋카이도에서 가장 큰 도시는 삿포로. 89년 여름부터 대한항공편이 논스톱으로 연결해 여행길도 훨씬 편해졌다. 그래도 韓日항공노선 중에서는 유일하게 2시간이 넘게 비행시간이 소요되는 가장 먼 日本 도시다.

삿포로의 관문인 지토세 공항에 내려 시내로 들어가지 않고 공항청사와 연결된 정거장에서 열차를 타고 노보리베쓰(登別)온천지대로 가보는 것도 시간절약의 한 방법이다.

노보리베쓰는 ‘온천백화점’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종류의 온천수로 이름이 높다.

같은 목욕탕 속에서도 탕마다 서로 다른 온천물이 담겨있어 수질을 표시한 푯말을 붙여놓고 있다. 탈의실에서 목욕장으로 들어가지 않고 야외에 있는 노천탕을 이용할 수 있게 해놓은 목욕장도 여러 개 있다.

노보리베쓰 온천지대에서 5분정도 걸어 올라가면 뜨거운 지하수가 흘러 넘쳐 김이 모락모락 나오는 지요쿠(地獄谷)에 가 볼 수 있다. 폭발한 화산이 아직 아물지 않은 흉터진 부스럼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다.

1시간 정도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딛고 있는 땅밑의 신비감 비슷한게 느껴지기도 한다.

온천지대에서 샛길로 들어가면 해발 5백 50m의 시호레이(四方嶺)와 구마 목장까지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탈 수 있다.

구마 목장에는 살아있는 곰들의 쇼와 함께 뱃속의 곰에서부터 새끼곰, 어미곰 등을 나이별로 볼 수 있는 박제 전시실도 있는데 웅담의 정확한 위치까지 알 수 있을 만큼 곰에 대한 백과사전 같은 전시장이다.

지토세에서 노보리베쓰까지 열차여행을 할 경우 삿포로로 들어올 때는 미리 관광택시를 예약해 겨울에도 얼지 않는 호수인 도야코, 불과 15년전에 폭발한 활화산 우수잔(有珠山), 홋카이도의 후지산이라 불릴만큼 모양이 비슷한 羊蹄山 등을 둘러보는 도로여행이 좋다.

대절료는 4만엔 정도인데 일본의 관습처럼 운전기사는 팁을 받지 않는다.

손님과는 다른 테이블에서 점심을 먹더라도 식대는 손님이 내는 것이 관례라고 하는데 필자의 운전을 맡았던 이토(伊藤武雄)씨는 비싼 것이 아니라며 점심값 8백엔을 굳이 자신이 내는 자존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일본 사람들 사는 형편과 운전기사들의 예의를 살펴보기 위해 이토씨에 대한 얘기를 좀 더 소개해 본다.

약속한 시간보다 10분쯤 먼저 호텔 로비에 도착해 있다가 자신의 집전화와 무선 호출이 가능한 조합 전화번호가 적힌 명함을 공손히 내민다.

택시를 몰다가 증명사진을 찍을만한 곳에 손님을 내려놓고 카메라를 받아 촬영을 해주고, 자신도 망원렌즈까지 부착된 카메라를 꺼내들고 여기저기 촬영을 해대는 폼이 준프로다.

사진촬영인 취미인 것 같다고 더듬더듬 말을 건네자 차를 세우고 트렁크에서 5권의 앨범을 꺼내온다.

그렇게 뛰어난 작품성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상당한 솜씨였다.

재미있는 누드사진도 있어 손가락으로 가리켰더니 부인이 보면 싫어한다며 껄걸 웃는다.

도로 여행 권할만

노보리베쓰에서 삿포로까지의 겨울철 택시여행은 눈덮인 산과 호수, 차 안에서 내다보이는 나뭇가지에 핀 눈꽃, 꾸불꾸불한 산길, 빙판길의 스릴 등으로 지루한 줄 모르는 여섯시간쯤의 여행코스다. 봄과 여름에는 짙푸르게 우거진 녹음과 각색의 꽃들이 또한 여행객을 사로 잡는다.

그에 비해 삿포로 시내관광은 좀 단조롭다. 역사가 짧아 고색창연한 유적지가 없는 탓이다.

그중에서도 삿포로역에서 10분정도 거리에 있는 오도리 공원은 매년 2월 눈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날씨가 따뜻한 계절에는 아카시아 나무, 깔끔하게 손질된 잔디밭과 대분수 등이 여행객의 마음을 푸근하게 해준다. 5월께에는 라일락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리오데자네이로의 리오 축제나 뮌헨의 옥토버 축제와 함께 세계 3대 축제의 하나로 손꼽히는 삿포로의 ‘유키마쓰리(눈축제)’는 대설로 인한 피해를 오히려 관광자원으로 활용한 것이다.

나무로 기초 구조물을 만들고 여기저기에서 실어나른 눈을 채운 뒤 며칠간 얼렸다가 망치나 끌 등의 연장까지 동원하여 조각작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높이 10~15m까지 되는 형상에서부터 1~2m정도의 소품이 늘어서고 2백만명 이상의 국내외 관광객들이 모여든다. 축제 기간 중에는 가라오케 대회, 레이저 광선쇼, 패션쇼 등이 분위기를 돋운다.

라면, 맥주 맛 일품

삿포로 여행길에서는 꼭 먹어봐야 할 것도 여러가지 있다.

첫째로 라면인데 삿포로 시내에만도 1천개가 넘는 라면집들이 있다니 삿포로 라면의 진면목을 알 만하다. 한그릇에 6백~9백엔 정도인데 양이 좀 많다.

한집에 10명쯤 들어가면 꽉 찰만한 라면집이 밤중에 보면 끝이 안 보일만큼 옥수수 알맹이처럼 들어서 있는 밤풍경이 퍽 인상적이다.

이밖에도 감자, 게, 연어요리 등이 홋카이도의 별미로 소문 나 있다.

관광객이 맛봐야 할 또 다른 것으로는 아이스크림과 맥주가 있다.

본래 유제품으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신선한 우유에 여러 가지 과일을 가미한 아이스크림은 입맛을 상큼하게 해 준다.

특정 음식점 선전같지만 이제 관광코스처럼 돼 버린 ‘삿포로 비어 가든’의 맛과 분위기도 꼭 체험볼 만하다.

1인당 3천엔 정도의 금액으로 생맥주와 고기를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 본래는 맥주 공장이었던 곳을 개조했다고 하는데 옥외가든 말고도 실내에만 1천 5백명이상이 족히 들어갈 만한 넓이다.

아무튼 화를 복으로 바꾸고, 평범한 것에 매력을 불어넣고, 무용지물을 가공하는 일본사람들의 재주는 높이 평가해야 할 것 같다.

[김백순 | 중앙일보 ‘세계를 간다-22회’ 1991. 3. 24. 7면 | 필자 개인블로그 중복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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